소식
(NDC 22 행사 때 저희 원화가가 그린 팬아트(?) 포스터입니다)
안녕하세요, 워헤이븐을 개발하고 있는 디렉터 이은석(닉네임 파파랑)이라고 합니다.
저희 워헤이븐을 '프로젝트 HP'라는 예전 코드명 때부터 좋아하신 분들도 계실거고, 이런 게임이 있다는 걸 최근에 새롭게 알게 된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인사 올립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작년에 스팀에서 진행한 글로벌 베타 테스트 이후, 저희 소식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개발 진행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궁금하셨을 겁니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제가 워헤이븐을 왜 만들고 싶었는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개발팀 전체의 이야기는 아니고, 저의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상상속의 모습입니다. 저 아님. 이용료 내고 산 사진이에요)
제가 게임업계에 막 들어섰던 시절에, 공부 삼아 검술을 배우는 도장에 잠시 다녔던 적이 있는데 참 흥미로웠습니다.
묵직한 목검을 수백번씩 휘두르는 연습을 하고, 칼바람으로 촛불 끄는 연습도 하고, 사범님이 진검을 휘둘러 짚단 허수아비를 베는 시범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재미있었던 건, 좀 유치해 보여도 스폰지 검으로 다른 회원과 대련을 했을 때였습니다.
어린 시절에 막대기로 친구들과 하던 칼싸움 놀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해보니 여전히 원초적인 재미가 있었던 겁니다. 사실 베개 싸움만 해도 재밌잖아요?
총과 화포에 밀려 싸움터에서 칼과 창은 제 자리를 잃은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코 앞 거리에서 원시적인 무기를 맞대어 싸우는 경험엔 특별함이 있습니다.
(현실의 참혹한 전쟁이 아니라, 누군가 실제로 죽거나 다치지 않는 가상의 오락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전제하에요)
칼싸움에는 그만의 낭만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오락물들에서 주인공은 칼 한 자루로 적들의 총알을 튕겨내며 싸우지요.
심지어 우주선과 레이저 빔이 날아다니는 SF물에서조차요.
(프로젝트 HP의 최초 프로토타입은 이랬습니다. 웃기게 생겼지만 재밌습니다.)
몇 년 전 프로젝트 HP를 새로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 기억을 살려 처음으로 만들었던 프로토타입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여럿이서 간단하게 생긴 캐릭터들을 조종해 칼을 휘둘러, 특별한 기술 없이 서로 싸우는 기능만 있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원초적인 재미가 있었습니다.
칼싸움 게임에 대한 가능성을 개발팀원들이 함께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계속 발전해간 초기 버전의 모습들입니다)
그리고 그 때 정한 중요한 방향 중 하나는, 스포츠 같은 소수의 대결이 아니라, 전쟁터 같은 다수의 격돌을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의 게임 시장은 4대4~6대6정도의 소수 팀전이 대세입니다. 이런 게임들에서 플레이어들은 짜릿한 즐거움을 얻지만, 불쾌한 경험 또한 겪곤 합니다.
한 사람 몫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아군의 비난, 같은 역할을 맡은 상대팀 멤버와 비교 등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지요.
반면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격돌하는 전장은 이런 요소가 덜하기에 좀 더 스트레스 적게 즐기기 좋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기만 해도 꼭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저희는 16대16 규모의 싸움을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Reenactment of a Viking battle. Denmark, 2005.)
CC BY-SA 3.0, https://en.wikipedia.org/wiki/Combat_reenactment#/media/File:Vikings_fight.JPG
저희 워헤이븐은 올해 중 얼리액세스를 시작하고, 이후 정식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저희 개발진이 목표로 두고 있는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떼싸움, 그리고 칼싸움의 즐거움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다인원이 펼치는 백병전의 재미가 워헤이븐의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입니다.
2. 신나는 액션
단순함, 정교함, 난폭함이 워헤이븐 액션의 3대 키워드입니다.
스킬이나 조작키의 수가 많지 않으며, 보이는대로 액션의 결과가 벌어지고, 거칠게 베고 부수고 터트리는 것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3. 승리의 양보다는 질
플레이어끼리 대결을 하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합니다. 이겼을 때의 즐거움은 크게, 졌을 때의 분함은 적게 만드는 것이 워헤이븐의 개발 초기부터 유념한 점입니다.
4. 판타지 전장의 묘사
워헤이븐은 역사적 시대가 아니라, 더 자유로운 상상력이 더해진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계에서만 가능한 즐거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워헤이븐에서만 볼 수 있는 "택티컬" 갑옷입니다. 워헤이븐 세계의 장인들은 영웅들께 받은 계시의 모습대로 장비들을 만들어냅니다. 재료나 기술수준은 달라도 기능은 우리가 아는 것과 대략 비슷합니다.)
5. 오래 즐길 수 있게
가장 어려운 목표이기도 할 겁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이 오랫동안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반려게임'이 되고 싶습니다.
우선은 저희 개발팀부터 오래 플레이해도 질리지 않는 게임으로 만들어왔습니다.
모든 개발팀과 운영팀/사업팀 멤버들이 매일 한 시간 이상, 최신 개발버전으로 함께 내부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하루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도 30번 이상 목이 따인 것 같습니다. (제가 딴 목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운영', 즉 라이브 서비스를 잘 해야겠지요. 새로운 콘텐츠의 업데이트도 열심히 하고.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만들고 검증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정말 많이 바쁠 것 같은데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기대해주시는 마음을 알기에, 종종 개발자노트로 찾아뵙겠습니다. 알찬 내용을 많이 담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파파랑" 이은석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