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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노트 Vol. 02
2023-04-28 11:00 577 HP



안녕하세요워헤이븐의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최은영입니다.
그간 몇 차례 테스트를 통해 워헤이븐을 여러분께 선보일 기회가 있었는데요.
오늘은 워헤이븐의 아트 세계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이런 기회를 갖게 되어 반갑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게임 영상에서 보시 듯 워헤이븐은 중세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액션 PvP 게임입니다. 기사와 검과 마법이 등장하는데요.
이런 고전 요소 위에 워헤이븐 만의 고유한 세계관과 스타일이 얹어져 있습니다.
‘중세’는 중세 유럽만 등장하지 않으며, ‘판타지역시 고유의 마법 세계관이 펼쳐지죠.
이 세계를 만들고,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와 우리 아트팀은 지난 몇 년 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워헤이븐 외형의 큰 기둥은 '소드펑크' '밀리터리' 입니다.
'소드펑크'는 검과 창 같은 냉병기를 사물에 활용한 형태를 이르고, '밀리터리'는 현대의 군사적인 요소를 외형에 반영한 것을 의미합니다.
이 두 기둥은 한 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게임과 함께 여러 변화를 거친 뒤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데요.
두 기둥이 세계관과 함께 어떻게 발전했고 게임 속에 녹아 들었는지 조금 설명드리겠습니다.


<워헤이븐의 세계 - 마력과 영웅>

워헤이븐의 세계는 마력으로 가득합니다. 지구에 중력, 전자기력 등이 있듯이 말이죠.
이 마력으로 인해 초월적 존재인 '영웅'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이 세계는 영웅의 지배를 받습니다.
OK. 여기까지 많이 들어왔고, 흔히 접할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세계의 지배자 영웅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마력은 '정보'와 반응합니다. 외부 자극과 반응하면 그곳에정보가 생기죠.
그것은 번개처럼 물리 현상일 수도, 때로는 사람들의 관념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종교적인 본능을 본디 갖고 있습니다. 무자비한 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람들은 소망을 담아 이야기를 지어냈습니다.
며칠간 실패 끝에 오늘만은 사냥에 성공하길 바라듯치명상을 입은 채 동굴 구석에 웅크려 생존의 기적을 바라듯,
많은 이들의 간절한 기원은 곧 살이 붙어 구전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충분히 커졌을 때, 마력이 이에 반응했죠.




이야기가 단순하건 복잡하건 사람들의 믿음이 모였을 때 마력이 흘렀습니다다양한 사물과 생물, 관념에 깃들어 생기와 실체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존재 중 하나가 `영웅`입니다믿으면 현실이 된다니. 정말 판타지 그 자체 아닌가요?




상상이 빚은 신화에 걸맞게 영웅들은 초월적인 힘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위 '영원불멸'은 아니었습니다.
영웅의 탄생과 죽음은 믿음에 기초합니다. 믿음이 사라지면 이야기도 잊혀지고 그 주인공 역시 소멸합니다.
그렇기에 영웅들은 초월적인 힘에도 불구하고 늘 생존을 고민해야 했습니다자신을 향한 인간들의 믿음을 공고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내부에서 싹트는 의심의 목소리를 없애고 맹목적인 충성을 만들 수 있을까요우리는 이 방법을 역사에서도 수없이 많이 목도했습니다.
전쟁이죠.


영웅들은 "영웅도 단지 마력 생물일 뿐 아냐?" 란 불경한 의심을 없애고, 대신 외부의 적을 미워하는데 힘 쏟도록 의도적으로 이 세계를 둘로 갈랐습니다.
이렇게 워헤이븐은 마라와 연합이라는 두 세력으로 나뉘어 종교전쟁을 치르게 됐고전쟁의 승리에 따라 인간 세계의 교리, 정의 자체가 세워지게 됩니다.
전쟁을 치르며 사람들의 신앙은 공고해졌습니다. 암묵적인 강요든, 스스로 합리화든요.


<소드펑크>

종교가 전부인 세계에서 성전을 치른다는 데 무얼 더 망설일까요? 승리를 위해 사람들은 냉병기를 무한 생산했고,
기술은 사람들의 삶보다 오로지 전쟁에 집중하여 불균형하게 발전했습니다긴 전쟁 동안 과잉 생산된 병기와 문화는 사람들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이런 사례는 많은 나라에서도 볼 수 있고, 한국인들 역시 익숙한 모습일 것입니다. 6.25 한국전쟁은 3년간 많은 상흔을 남겼습니다.
전쟁 때문에 거주 터가 없어 묘비 위에 집을 짓기도 했고, `전우의 시체` 란 말은 놀이노래 가사에도 남았으며, 부대찌개라는 문화를 남기기도 했죠.



(피란민들은공동묘지를 개조해 거주지로 삼았습니다)

(부산 서구 제공)


워헤이븐 사람들에게도 검과 방패는 익숙한 물건이었으며, 때로는 힘에 대한 숭배이기도 했고, 승리 기원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낡은 검을 덧대 병기를 수선하는 걸 넘어 가재도구를 만들기도 했고, 집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바로 이것이 워헤이븐의 소드펑크 개념입니다.
워헤이븐 세계 내 사물 곳곳에서 이런 양식을 쉽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소드펑크는 외형과 용도가 우리의 현실 세계와 비슷하지만, 기술 수준과 작동 원리는 판타지 세계스러운 문물로도 표현이 됩니다.
예를 들어 레이더 타워처럼 생긴 이것은 사실 비둘기 집입니다. 워헤이븐 세계의 '통신장비' 지요.
더 나아가 드래곤 항공모함 같은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언젠가 선보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워헤이븐의 통신장비)


 


(드래곤 항공모함)




이런 전장 속에서 여러분들은 블레이드, 스파이크, 스모크 같은 병사로 참가하게 될 겁니다.
'영웅의 화신'으로 변신해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을 경험하며 절정을 맛볼 수 있습니다만,
워헤이븐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병사입니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이들이죠.
그렇다면 블레이드, 가디언, 워해머, 스모크, 스파이크 등은 어떻게 만들어져 왔을까요?


<병사들의 밀리터리 외형>


 


전쟁이 만연한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현대 밀리터리 외형을 도입했는데요이 밀리터리 컨셉요소는 병사를 표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초창기 워헤이븐의 병사는 일개 병사, RTS '유닛'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이들에겐 이름도 없었으며 검사, 수호병, 사제, 창병 등으로 불리었죠.
각자 유닛으로 전쟁에 참가하다 영웅으로 변신했을 때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을 의도했던 겁니다.
영웅의 절정감을 강조하기 위해 병사들의 인간 냄새를 최대한 줄이려고 했습니다.
투구를 씌워 얼굴을 가렸죠. 투구 속 외형도 갑남을녀, 옆집에서 볼 법한 친근한 외모로 의도해 개성을 눌렀습니다.
전투를 무한히 수행하는 병사 1로 표현하기 위해 더욱 군인스러운 모습으로 꾸몄고요
위장 무늬, 텍티컬베스트를 재해석하여 의상 컨셉을 계획했습니다.




(이름없던 시절)


 




(밀리터리룩이 완성된 모습)


하지만 게임 속에서 병사로 플레이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게임플레이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를 병사가 차지하며 중요도가 점점 떠오릅니다.
더불어 점차 이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죠.
자욱한 대포 연기 속을 헤매는, 저 스톰트루퍼의 사연이 궁금하지 않나요? 그는 어쩌다 이 전장에 오게 됐을까요?


<병사들의 이야기>

영웅과 그들의 생존투쟁을 기반으로 한 워헤이븐 설화에 살이 붙으면서 병사들의 사연도 풍성해졌습니다.
우선 이들에게 이름과 콜사인이 부여됐습니다여기서는 간단히만 소개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워헤이븐 공식 디스코드에서 '워헤이븐 시나리오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개발자 만화'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블레이드는 부유한 상인 집안 출신입니다.  그 가문의 재산을 탐낸 왕이 반역 누명을 씌워 블레이드 가문을 멸문 시킵니다.
어린 블레이드는 혼자 살아남았습니다그는 유배지에서도 복수를 꿈꿨으나, 원수는 이미 세월이 흘러 죽은 뒤였습니다.
그렇다고 블레이드의 복수가 끝난 걸까요?




워해머는 포로가 되어 몸값을 치르던 중, 약혼녀와 친구를 잃었습니다워해머의 간수였던 자가 워해머가 죽었다며 거짓말을 한 탓이었죠.
하지만 워해머는 특유의 낙천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오랜 친구였던 그들을 축복했습니다.
간수에겐 복수를 했지만요.




스모크는 읽고 쓰는 것을 배운 귀족이었고, 농노 해방을 꿈꾸었습니다.
그녀에게 어린 딸이 있었지만 병으로 그만 잃고 말았습니다.
어미가 교리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벌을 받았다며 손가락질 받았고, 스모크는 신앙의 힘으로 지탱하는 중입니다.
그녀에게 구원이 있을까요?




스파이크는 존경받던 치안관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겐 예술가인 연인이 있었죠. 연인은 예술에 재능이 뛰어났지만 군인으로선 형편없었습니다.
스파이크는 이를 염려하며 연인과 대립하다, 홧김에 연인을 대신해 입대를 합니다.
정말 '겁나게' 사랑했습니다만, 그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습니다.




가디언은 신비주의 종파의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지나치게 신실한 부모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삶을 꾸려야 했죠.
전쟁과 종교로 인해 본인은 불운하게 자랐지만, 다음 세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끝내려고 합니다.




<맺으며>

워헤이븐 세계의 역사는 영웅들의 음모와 정치 대립으로 흘러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영웅은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고 있고, 그렇기에 역사 역시 그들의 이야기로 기록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블레이드와 스모크, 가디언은 치열하게 본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이익 또는 신념을 위해 전쟁에 참여한 이들.
거대한 역사 속에서 살아갈 소소한 병사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궁금하지 않으신 가요?
그리고 영웅들은 어떤 속내를 갖고 있을까요?


지금까지 워헤이븐의 세계관과 아트워크 베이스를 살짝 소개해 드렸습니다.
어찌 보면 한없이 참혹하고 비참하게 그릴 수 있는 세계입니다.
소드'펑크'라는 단어에 맞게 디스토피아 분위기로 연출할 수도 있죠.
하지만 워헤이븐이 여러분에게 부담 없이 다가가기 원했기 때문에, 밝고 가벼운 표현을 의도했습니다.
오늘은 아트워크와 세계관 전반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했는데요, 앞으로 세부적인 이야기를 할 기회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워헤이븐을 재미있게 즐겨주세요!